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블링컨 장관의 방중(6.18-19)에 대해 “미·중 관계가 올바른 길에 있다”라며 양국 관계에 진전이 이루어졌다고 평가했다. ‘올바른 길’이란 양측이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고위급 대화 채널을 유지하는 데 공감대를 이루었음을 의미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중국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베이징 방문 일정을 시작하기 전까지 냉랭한 분위기를 보였으나 시진핑 국가주석이 블링컨을 만난 데 이어, 전체 회담 결과에 대해 신중하면서도 대체로 긍정적인 신호를 내놓고 있다. 중국 정부와 매체의 평가를 요약해본다.
▶中 외교부 = 양타오(杨涛)* 북미대양주사 사장(司長·국장)은 시진핑 주석이 이례적으로 블링컨 장관을 만나 미·중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에 대한 원칙적이고 전략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전함. 양 사장은 시 주석과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외교 수장), 친강(秦刚) 외교부장이 블링컨 장관과 솔직하고, 깊이 있고, 건설적인 대화를 했다고 설명함.
*양타오(杨涛) 사장은 6월 18일 베이징 공항에서 블링컨 장관을 영접한 인물.
양 사장은 중국이 이번 회담에서 미국 측에 전달한 입장을 다섯 가지로 요약함. 첫째 양국 관계가 수교 이후 최저 수준이 된 근본 원인은 미국의 대중국 인식과 정책이 잘못됐기 때문. 둘째 양국 관계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의 합의 수준으로 복원해야 함. 셋째 양국 관계를 안정시킬 방향과 방법을 찾아야 함. 넷째 미국은 서방의 강대국 구조로 중국을 오판하지 말 것을 촉구함. 다섯째 대만 문제는 타국이 간섭할 수 없는 중국의 내정이며, 레드 라인임.
▶글로벌타임스(环球时报) = 블링컨의 방중이 성공적이었다고 결론짓기엔 이르지만, 양국 관계에 긍정적인 진전이 있었음. 국제사회가 기대했던 대로 효율적이고 깊이 있는 의사소통이 이루어짐. 미국도 발리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의제를 복원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밝혔고 미국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언급함. 이번 회담은 양국의 긴장된 관계를 관리하는 여건을 조성하는데 큰 의미가 있었음.
한편 중국 내 일각에선 시 주석이 블링컨 장관을 만난 것은 블링컨이 중국에 모종의 정치적 보증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전한다. ‘정치적 보증’이란 양국 관계를 조속히 발리 회담 합의 수준으로 복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하고 대만 문제에서 ‘레드 라인’을 확인하며 정상 간 소통 채널을 유지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블링컨 장관의 방중 기간에 양국이 친강 부장의 방미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만큼, 정상 간 만남이 11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하반기 중에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블링컨의 방중에서 실질적인 성과가 도출되지는 않았지만, 중국 내 대체적인 분위기는 큰 틀의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양국이 당분간은 얼굴을 찌푸리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물론 양국 관계가 근본적으로 좋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은 없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블링컨이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겠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세 가지 문제란 중국의 미 국채 계속 매입, 중국의 러시아 지지에 따른 미국의 우려 해소, 중국의 첨단 기술 개발 자제 등이다. 모두 중국이 전략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