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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석의 IT 월드] 확장현실 구현 비전 프로 공개 애플, ‘공간 컴퓨팅’ 세상을 꿈꾼다

관리자 │ 2023-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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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파크에서 열린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에서 애플 신제품 확장현실(XR) 디바이스 ‘비전 프로’가 공개됐다. 사진 애플
6월 5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파크에서 열린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에서 애플 신제품 확장현실(XR) 디바이스 ‘비전 프로’가 공개됐다. 사진 애플
스마트폰 다음의 컴퓨터는 어떤 형태일까. 모두가 머리에 쓰는 형태(Head Mount Display)일 것으로 예측해 왔다. 이와 같은 차세대 컴퓨팅 하드웨어 디바이스를 가장 열심히 개발하고 보급해 온 기업은 단연 메타다. 여기에 애플이 최근 도전장을 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6월 5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파크에서 열린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에서 확장현실(XR) 디바이스인 ‘비전 프로’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실내에서 영상 통화를 하면 상대 모습이 눈앞에 실물 크기로 보이고 공간 음향이 적용돼 앞에서 음성이 들리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영상 화면을 30m 크기로 키울 수도 있어 어떤 공간에서도 영화관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외장 배터리를 사용하면 최대 2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현 반도체공학회 부회장, 
전 삼성전자 상무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현 반도체공학회 부회장, 전 삼성전자 상무

‘공간 컴퓨팅’으로 차별화 내세운 애플

애플은 다른 회사가 만들어 놓은 시장에 후발 주자로 뛰어드는 경향이 있다. 아이팟, 아이폰이 그랬고, 애플워치도 삼성전자의 갤럭시 기어가 나온 후 1년 후에나 출시했다. 애플의 전략은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인데, 기존에 나온 제품에서 ‘다름’을 찾고 차별화를 내건 새로운 제품으로 시장을 장악해 왔다. 비전 프로는 개발을 위해 7년 여간 1000명의 개발 인력이 투입됐을 정도로 애플이 심혈을 기울인 제품이다. 

그렇다면 애플이 출시한 비전 프로는 무엇에서 ‘다름’을 찾았을까. 비전 프로는 그동안 출시된 XR 디바이스들과는 사뭇 달랐다. 메타의 퀘스트 같은 제품처럼 게임이나 메타버스를 위한 기기가 아니고, ‘차세대 컴퓨터’라는 점에서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었다. 3D 게임을 강조하지도 않았고 곧바로 ‘공간 컴퓨팅(spatial comput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공간 컴퓨팅은 ‘기계가 실제 개체와 공간의 지시 대상을 유지하고 조작하기 위한 기계와 인간의 상호 작용’이라고 정의된다. 즉 비전 프로를 통해 사용자 주변의 공간이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며, 이렇게 바뀐 환경을 제어하고 사용자가 최고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비전 프로를 차세대 컴퓨팅 디바이스로 차별화했다고 보면 된다. 

비전 프로는 혼합현실(MR) 기술을 사용했다. MR이란 Mixed Reality의 약자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의 단점을 보완한 기술이다. AR의 현실 기반성에 VR의 높은 몰입력을 제공하는 AR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하는 게 제일 가깝다. 세 가지 기술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R은 현실(Reality)이란 뜻이다. VR은 가상의 세계다. 반면 AR은 현실에 덧붙인 가상이라 할 수 있다. 유명했던 포켓몬 게임에도 이 AR 기술이 사용됐다. 비전 프로에서는 카메라 12개가 탑재돼 있어 사용자 주위 환경을 실시간으로 촬영한다. 이를 통해 실제 세계에 기반한 AR이나 MR을 경험할 수 있다.

소니⋅TSMC와 개발한 ‘마이크로 OLED’ 적용

비전 프로에 적용된 부품 중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생산 원가의 45% 수준을 차지할 정도로 매우 비싼 핵심 부품이다. 대각선 길이 3.3㎝(1인치) 안팎 크기인 마이크로 OLED엔 3000개 이상의 화소(픽셀)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고화질로 30m 폭의 화면을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마이크로 OLED는 기존 OLED와 달리 실리콘 웨이퍼 위에 유기물을 증착해 만든 디스플레이다. 마이크로 OLED는 초소형·고화질 디스플레이로 반도체처럼 실리콘 웨이퍼 위에 만드는 게 특징이다. 이에 따라 미세공정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기업과 디스플레이 업체 간 제품 개발을 위한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 

애플은 일본 소니의 디스플레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대만 TSMC와 협업을 통해 마이크로 OLED를 개발했다. 맥 컴퓨터가 마우스, 아이팟은 클릭 휠, 아이폰은 멀티 터치 등을 활용해서 사용자가 기기를 제어했다면, 비전 프로는 사용자 눈과 손, 목소리로 기기를 제어한다. 제품 안팎에 카메라와 센서가 눈동자와 손 움직임을 추적하고, 마이크와 음성인식 인공지능(AI)인 ‘시리’를 통해 목소리로 명령할 수 있다. 

비전 프로에는 동작과 공간 등을 인식하기 위해 다수의 카메라와 센서가 들어갔는데, 이 중 비행시간측정(ToF) 모듈은 LG이노텍의 제품이 사용된다. ToF는 피사체에 광원을 쏜 후 되돌아오는 시간이나 변형 정도를 측정해서 거리, 입체감 등을 파악하는 부품이다. 두 개의 디스플레이 외에 M2칩(PC용 CPU)과 R1칩, 12개의 카메라, 5개의 인식 센서, 6개의 마이크 등 다양한 장치와 함께 새로운 비전 OS를 탑재하고 있다. 특히 R1은 애플이 자체 개발해서 사용하고 있는 핵심 시스템반도체다. R1은 카메라와 센서에서의 아날로그 신호들을 받아서 디지털로 처리해 눈동자와 손동작의 인식을 할 수 있게 됐다. R1은 눈 깜빡임보다 8배 빠른 초당 12m 이내에 새 이미지를 스트리밍할 수 있어 동작 사이 지연을 최소화한다. 

이 밖에도 라이다(Lidar) 센서, 트루뎁스(TrueDepth) 카메라, 적외선 투광기 등 다양한 센서가 입력 반응을 감지한다. 이를 통해 눈, 손, 목소리 정보만 입력된다. 시선을 추적하고 손가락 움직임과 음성 명령을 인식해 시스템 및 애플리케이션(앱)을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비전 OS’라는 공간 컴퓨팅용 전용 운영체제(OS)를 만든 것이다. 기존 MR 기기나 AR 기기 같은 경우에는 스마트폰을 연결해서 쓰거나 안드로이드 OS 변형 버전을 사용하지만, 애플의 경우에는 이 기기에 맞는 OS를 별도로 개발했다. M2에 들어가는 반도체 패키징 기판(FC-BGA)은 삼성전기가 담당했다. 그 외에 카메라 관련 부품은 대부분 중국 회사에서 공급했다. 

또한 공간 음향 기술로써 오디오 광선추적(Audio raytracing)을 사용한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사용되는 광선추적 기술을 오디오에 적용해 현실적인 공간감을 부여하는 초실감 3D 오디오 기술이다. 비전 프로의 공간 오디오는 장착된 센서를 통해 주변 환경(공간과 재질)을 인식한 후에 오디오 추적을 수행한다. 현재 비전 프로에서는 소프트웨어로 처리된 것으로 추정되며, 향후 칩 형태로도 구현이 예상된다.

애플 덕에 XR 시장 커질 것

비전 프로는 XR 기기 시장을 키울 것이다. 구글은 10년 전 AR을 지원하는 ‘구글 글라스’를 개발했으나 현재 프로젝트가 중단된 상태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5년 자체 MR 헤드셋 ‘홀로렌즈’, 2019년에 홀로렌즈2를 출시했다. 홀로렌즈는 게임 외에도 의료나 각종 산업 현장(건설업·제조업 등), 새로운 B2B(기업 간 거래) 분야 등에 활용되고 있다. 메타는 2014년 오큘러스를 인수한 뒤 2020년 ‘오큘러스 퀘스트2’, 2021년 ‘메타 퀘스트 프로’ 등 VR 헤드셋 퀘스트 시리즈를 지속해서 출시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출사표를 던졌다. 2024년 출시 예정인 비전 프로는 해상도나 몰입감 등 기술적 완성도, 현실과 가상 세계를 연결하는 기능적 완결성 등 오큘러스 퀘스트2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플의 참여로 XR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XR 사업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애플의 비전 프로가 2024년 초 출시되면 XR 시장을 키울 것이다. 비전 프로가 아직 출시되진 않았지만, 2세대 버전 개발에 착수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하며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비전 프로 역시 XR 시장을 키우고, 궁극적으로는 공간 컴퓨팅 시대를 열 것이다. 애플은 어디서든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3차원으로 일상생활, 업무, 엔터테인먼트 등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세상을 그리고 있다.


원문링크: https://economychosun.com/site/data/html_dir/2023/07/17/202307170003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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